작성일 : 19-08-07 12:18
강사‧대학‧학생 모두 불만족 ‘강사법’...이러려고 만들었나?
 글쓴이 : 홍보국
조회 : 96  
강사‧대학‧학생 모두 불만족 ‘강사법’...이러려고 만들었나?

안정적 법 운영 위해선 단기적 미봉책 아닌, 지속적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핵심 관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학 시간강사는 우리 사회의 ‘아픈 손가락’이다. 남들보다 공부는 더 많이 하고 받는 대우는 초라하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어디다 대고 하소연도 어렵다. 중죄인인양 신분을 감추며 그저 인내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의 긴 터널을 신기루 같은 교수자리 하나 바라보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대한민국 슬픈 자화상의 한 단면이다.
공감과 동정이 없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정작 어느 누구로부터도 문제 제기는 없었다. 정치권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고, 비판적인 언론들도 공히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국민들도 못 본 척 지나쳤다. 인내에도 한계는 있게 마련. 2010년 5월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고달픈 처지를 비관한 조선대 시간강사의 극단적 선택이 있었다.
그 이듬해 2011년에서야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나마 기대도 잠시뿐. 대학의 재정부담 증가, 강사 대량해고 우려 등을 구실로 네 차례나 유예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18일 국회에서 법이 개정되고,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의결되었다. 이번 8월 시행에 들어갔다.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했다. 학기 단위로 채용되고 폐강 시 고용지속 의무가 없던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명문화했다. 재임용은 3년까지 보장했다. 학교 재량이었던 임용 절차·조건은 시행령에 규정된 근무조건을 준수토록 했다. 방학기간에도 임용계약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다. 강의시간에 비례해 퇴직금도 제공된다. 강의 담당시수는 6시간 이하로 정해졌다. 어쨌든 큰 진전이다.
 
우여곡절 끝 시행된 ‘강사법’...기대는 커녕 원망과 질타의 대상, 특히 강사들 반발 극심
 
강사의 보호 장치가 될 걸로 기대를 모은 강사법이 원망과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강사들의 반발이 특히 극심하다. 강사 단체는 “대학 당국은 2019년 1학기에만 1만 5000명 이상의 강사를 해고하고, 그 자리를 전임교원,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으로 대체했고 6000개 이상의 강좌를 폐강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졸업 이수학점 줄이기, 전임교수 강의시수 늘리기, 대형·온라인 강의 증설 등 편법을 총동원했다”고 비판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대학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거라는 예상이다. 강사 10명 중 9명은 "해고될까봐 불안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다. 강사의 처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법이 고용 안정을 해치는 역설로 빚어지고 있다. 해고된 강사들 뿐 아니라 강의를 따낸 강사들도 강의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주 6시간’ 제한으로 급여가 줄어들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 학생들로서도 강의 수 축소, 강의 대형화로 수업선택권 침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법은 시행됐으나 갈 길이 멀다. 재원 부족이 당장 걸림돌이다. 대학이 강사들에게 방학 중 급여와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지급하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소요 예산을 연간 2,965억 원으로 집계했다. 정부가 2학기 방학 중 임금 지원액으로 확보한 예산은 288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해야 한다. 11년째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전형료 인하, 기부금 공제율 감축 등으로 재정 압박이 큰 대학으로서는 감당키 힘든 짐이다.
교원 지위가 인정된 만큼 강사에 대한 상응한 대우는 당연하다. 비전임 교원과 전임 교원은 같은 시수를 수업해도 연봉 격차가 크다. 평균 13배에 달한다. 강사들이 시간당 보수는 거론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학교별 차이는 있으나 사립대의 경우 통상 5~6만 원에 불과하다. 국립대의 경우도 8만 원 수준이다. 10만 원을 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험료 등을 공제하면 실 수령액은 더 줄어든다. 나이와 연차 구분도 없어 생계 불안과 위험이 여전하다.
 
법은 시행됐으나 갈 길 멀어... 재원 부족이 당장 걸림돌, 돈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차별
 
돈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차별이다. 불평등 구조에서 허울뿐인 교원 자격 부여가 강사에게 무슨 힘과 위로가 되겠는가. 법 시행 이후에도 강사가 받는 초라한 대접은 나아질 기미조차 안 보인다. ‘존귀 영광 모든 권세’는 교수가 독차지하고, ‘멸시 천대 십자가’는 강사가 짊어지는 불공정 구도가 시정되지 않는 한 교육 발전은 요원하다.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강사의 열악한 현실을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교육은 미래다. 청년의 앞날은 물론 나라 장래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라는 점에 모두가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지난날 한강의 기적이나 오늘날 세계 15위권의 경제는 교육 숭상의 우리 민족성과 무관치 않다. 유대인은 그 점에서 우리보다 한 술 떠 뜬다. 고대로부터 학자를 공동체의 으뜸 어른으로 섬겼다. 지금도 유대인을 이끄는 리더는 공부를 많이 한 학자인 랍비(rabbi)라는 사실이다.
강사법 내용을 보면 자율의 함정이 커 보인다. 세부 기준에 대해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크게 개선된 부분이 별로 없다. 마치 몸 안의 환부는 그대로 둔 채 겉만 봉합 수술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앞으로도 끝없는 논란의 재발이 예상된다. 법 시행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치밀한 준비 없이 시행에 나선 교육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하지만 어쩌랴. 제도가 이미 시행된 만큼 앞으로나 잘하는 수밖에 없다. 강사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단기적 미봉책이 아닌,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핵심 관건이다. 허점을 면밀히 추적 관찰하고 지속 보완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교육자를 기죽이고 홀대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교육 융성의 백년대계는 교육자 살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게 학생을 살리고 대학을 살리며, 나라를 살리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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