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4-08 10:20
“강사 1만 5000명 해고”…강사 ‘보호’법의 역설, 문제는 돈
 글쓴이 : 홍보국
조회 : 60  
   https://news.joins.com/article/2343329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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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대구대의 시간강사는 지난해 390명에서 올해 203명이 됐다. 남중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대구대분회 정책국장은 “1년 새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인근 사립 영남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권오근 한교조 영남대분회장은 “130명 정도가 해고된 상태”라며 “그나마 노조가 있는 대학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영남대에선 올해 초 강사노조가 파업을 벌였으며, 대학 당국은 노조측과 “올 8월 시행되는 강사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한다. 비정규 교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하기도 했다. 
  

대구대, 390명서 203명으로 반토막
고려대는 선택교양 22개 과목 줄여
전임 교수에게 강의 부담 떠넘겨

처우개선 예산 288억으론 태부족
GDP 0.8% 수준인 고등교육예산
선진국들처럼 1.3%선으로 올려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란 대학 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법적으로 보장하며,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4대 보험을 적용해 처우를 개선해주자는 취지의 법률이다. 2010년 조선대 강사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불안정한 지위의 시간강사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정부 대책이 나왔고, 2011년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도록 고등교육법이 개정됐으나 이 법을 놓고 대학가에서 갈등이 벌어지면서 시행이 유예돼 왔다. 무려 4번이나 시행일이 유예되다가 이번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보호받아야 할 강사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대학의 시간강사는 총 7만6164명. 한교조는 “올 4월 기준 시간강사는 1년 전보다 1만 5000명에서 1만 6000명 줄었다”고 주장했다. 세입자나 상인을 보호하려는 법이 되레 이들을 거리로 내쫓는데 일조하는 ‘보호법의 역설’이 대학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양창아씨는 “부산대 외에 인제대에 출강했는데, 인제대가 학제 개편을 한다면서 시간강사 과목을 전임 교원에게 맡겼다. 이렇게 해서 자리를 잃은 강사들은 보통 실업급여를 받으며 살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K대학 시간강사 J씨는 지난 2월 실업급여 신청을 하려다 포기했다. 그는 지난해 1년 동안 인문대에서 3개 과목을 가르쳤다. 그는 “대학 측으로부터 이직신청서를 받아야 하는데 강사법 시행 후 임용을 신청할 때 눈치가 보여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이 시간강사 인원을 줄이면 당장 강좌수도 줄어든다. 고려대의 선택교양과목은 2018년 1학기 302개였으나 2019년 1학기 280개가 됐다. 고려대 정경대 3학년 강모(22)씨는 “PC로 대학 홈페이지에 접속해 수강과목을 확인할 때 과거 같으면 과목수가 많아 화면을 여러번 스크롤해야 했지만 올해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학 미디어학부의 전공과목도 2018년 1학기 30개에서 올해 1학기 23개로 줄었다. 이렇게 되면 강의를 듣는 인원은 많아진다. 미디어학부의 ‘저널리즘 글쓰기’ 강좌는 2018년 1학기엔 4개였으나 올해는 2개로 줄었다. 시간강사를 빼고, 초빙교수를 투입한 것이다. 
  
대학이 강사를 줄이기 위한 꼼수는 다양하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지난해만 해도 강의 신청 인원이 10명 미만이면 폐강을 했으나 올해부터 15명으로 높여 인원 미달로 폐강되는 강좌를 늘렸다. 4대 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겸임교수로 시간강사를 전환시킨다. 수도권의 한 전문대는 시간강사에게 개인사업자등록증을 떼오면 겸임교수로 전환해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시간강사들이 하던 강의를 전임교수에게 떠넘기는 것도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가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러다보니 중·고교 교사의 표준수업시수(16시간)보다 많은 강의를 하는 전임 교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D대구 컴퓨터공학과 홍모 교수는 이번 학기 6개 과목(18학점)을 맡고 있다. 그는 “학교 재정이 어려워 가급적 전임이 강의를 했으면 한다는 대학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대학이 강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K대 공대의 오모 교수는 “문이과 전공자 모두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소프트웨어중점대학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과거 같으면 시간강사를 투입해 코딩을 가르쳤지만 이제는 전임 교수들이 한다. 한 주에 20시간 이상 강의를 하는 전임 교수들도 많다. 교육의 질이 좋아질 리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보호법의 역설’을 깨기 위한 핵심은 돈이다. 국회예산처가 법 시행에 따른 대학들의 추가적인 재정소요를 추정한 결과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재정 소요는 작게는 2805억원에서 많게는 3015억원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확보한 금액(시간강사 처우개선비 288억원)은 전체 소요금액의 1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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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올해 예산(288억원)은 8월부터 12월분이고, 내년 예산은 확보돼 있다. 강사법 시행 이전에 대학이 강사 수를 줄이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강사 노조의 주장처럼 1만 5000명이 길거리에 나앉거나 하지 않았다. 강사 한 명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그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강좌 수가 줄어드는 것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향후 재정지원 사업에 강좌 수 등의 지표를 넣어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현재 확보한 돈 288억원도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강홍준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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